아주대학교의 50년 역사는 크게 4시기를 거쳐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제1 시기는 1973년 초급대학으로 출범하여 수원 땅에 뿌리를 내리고 1년 뒤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하여 내실을 다져 나간 시기였다. 재단 선정과 외교적 이견으로 인하여 출범 자체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이 시기는 아무것도 없는 전답 위에 건물을 짓고, 길을 만들어 대학의 경관 자체를 창조하는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강의실, 학생 교수를 위한 숙소 등을 건설해야 했던 시기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시기를 통하여 대학 성장의 기본적 틀은 마련되었다. 특히 1977년의 재단 교체는 대학에 대한 외부 신뢰를 높이고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주대학교의 두 번째 시기는 198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면서부터 본격화된다. 종합대학으로 승격함에 따라 그에 맞는 대학 체제를 마련하고, 새롭게 확장된 체제에 적합한 대학 운영을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공대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학이 경영대, 인문사회대, 문리대 신설을 거쳐 인문대 사회대로 발전적 분화가 진행되었고, 문리대에 속해 있던 자연과학이 이과대학으로 분리됨으로써 기초학문의 체계를 정비하여 명실을 갖춘 종합대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환 직후 종합대학 체제의 정비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과 80년대 후반 진행된 병원설립과 의과대학의 신설과 관련된 자원배분의 문제는 대학 내에서의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시켰고, 그에 대한 교수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거기에 덧붙여 90년대 전후 대학의 위상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구성원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90년대 후반 새로 부임한 김덕중 총장의 대대적인 개혁작업은 구성원들의 지지 하에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탈경계 교육의 시행과 교수업적 평가제의 도입, 전국 지역별 입시설명회 개최 등 수요자 중심의 대학 체제 개편은 한국 사회 전체에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아주대학은 대학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개혁의 방향이 본래 의도와 관계없는 영역으로 확대 표류하면서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관직에 나갔던 전임 총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총장으로 재취임한 일은 대학의 공공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에 대우의 해체로 인한 재정문제가 덧붙여지면서 위기의식을 갖게 된 대학 구성원들은 주체적 참여를 통해 새로운 대학사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가게 되었다.           
 

  세 번째 시기는 민주화된 사회의 변화와 함께 아주대학에서도 지도력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중시되는 대학 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시기였다. 또한 오직 대학 구성원들만의 노력으로 대학의 시련을 이겨내고 자립 발전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아주대학 발전의 상징적 후광이었던 대우가 몰락하자, 아주대학은 재정적 측면이나 사회적 평판도 측면에서 역사가 짧은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누려왔던 과거의 이점을 상실하고 오직 대학의 독자적인 역량만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립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특히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 없는 총장 선출로 인하여 부임한 총장들이 도중하차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내부적 갈등도 존재하였으나, 대학발전을 위한 비전을 공유한 구성원들은 때로는 토론하고,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대학을 성장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갔다.           
 

  네 번째 시기는 황무지에서 건물 하나하나를 힘겹게 쌓아 올려 시작한 아주대학이 새로운 50년을 맞이하여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과거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튼튼하게 뿌리내린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또한 개교 이래 지속되어온 ‘실용성을 중시하는 대학’의 전통을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주체적으로 재정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대학의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는 크게 내부적 ․ 외부적 요인이 존재한다. 내부적 요인이란 대학 주체들의 노력이고 외부적 요인이란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평판도로 대별 할 수 있는데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일상화된 한국에서 결정적 요소는 국가의 정책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해외 명문 대학들과는 달리 특히 재정 기반이 취약한 국내의 사립대학들의 경우 재정 지원을 조건으로 하는 국가정책은 대학의 운영 방향 심지어는 운명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결정적이다. 아주대학교 역시 국가정책의 변동에 따라 학교 운영 전반이 요동쳐 왔다. 어떻게 보면 대학 운영은 국가가 제시한 숙제를 개별 대학들이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아주대학은 4년제 종합대학으로는 재정과 바로 직결된 재학생 수 등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으므로 오히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새로운 기회 창출의 기회로 활용해왔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구성원들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수요자 지향의 경계없는 융합학문의 영역을 확장하는 길을 걸어왔다. 말하자면 아주대학교 문화에 내재된 혁신성과 구성원들의 실용주의적 경향이 국가정책을 주체화시키고 현장에 맞게 변화시키면서 최선의 길을 찾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대학교 50년의 역사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성장해 온 불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 기반 설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수원 외곽 한적한 농지 위에 세운 건물 몇 개로 시작해 오늘날 10개 독립 단과대학¹⁾과교육 전문 단과대학인 다산학부대학, 국제학부,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과 의료원을 갖춘 신흥 명문 대학으로 성장했다.

  이하의 통사 서술에서는 이러한 개관을 기본으로 하여 아주대학이 지난 50년 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노력들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살아갈 또 다른 5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학사회의 비전 마련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